탁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블레이드와 러버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용품의 종류는 아주 많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용품들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러면 탁구 용품을 선택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 두어야 할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요?

1. 블레이드와 러버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요?

2. 선수들의 용품을 그대로 흉내내어 사용하면 그 선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까?

3. 가격이 높은 용품이 좋은 용품입니까?

4. 반발력이 높은 용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까?

5. 탁구에 막 입문한 초보자입니다. 용품을 처음 선택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여 조합해야 하나요?

6. 새로운 용품으로 교체할 경우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1. 블레이드와 러버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요?

가장 좋은 용품이란 없습니다. 특정한 상품이 가장 좋다는 법은 없으며, 1만 명의 사람이 있다면 가장 좋은 조합 역시 1만 가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최고의 용품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의 용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가장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많은 초보자들이 "가장 좋은 것"만 무턱대고 찾다가 실패합니다. 처음에는 특성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난한 것을 골라서 편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기술적 특성이나 감각적 선호도가 명확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에 맞추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용품을 찾아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경우 게시판 등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선수들의 용품을 그대로 흉내내어 사용하면 그 선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오랫동안 훈련을 통하여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성해 가는 것이며, 용품이 같더라도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다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선수들은 모두 스피드글루를 사용하며 (스피드글루는 2008년 9월부터 전면 금지!) 그 바르는 방법조차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용품을 쓰더라도 감각 자체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용품은 플레이스타일에 물론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어떤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을 목표로 한다고 하여 반드시 같은 용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같은 용품을 사용하면 오히려 플레이스타일을 흉내내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선수를 좋아하므로 그 선수의 용품을 사용해 보고 싶다든가 색다른 용품을 사용해보고 싶다든가 하는 이유라면 사용해 보셔도 될 것입니다.

[2008년 9월 1일 이후의 변경 사항]

2008년 9월 1일부터는 스피드글루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으므로 선수들과 동호인이 완전히 같은 조건에서 용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의 용품을 참조했을 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3. 가격이 높은 용품이 좋은 용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가격이 높은 것은 단지 가격이 높은 것일 뿐입니다. "좋은 용품"이란 자신에게 적합한 용품을 말하는 것이지 가격이 높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15만원짜리 블레이드보다 2만5천원짜리 블레이드가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가격이 높은 제품들은 무언가 특수한 소재, 즉 원가가 높은 소재가 들어갔다든가, 아니면 특수한 가공이나 표면 처리 등을 했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입니다. 물론 가격이 높은 제품들은 나름대로 가격이 높은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을 사용하면 자신의 플레이가 잘 된다는 법은 결코 없습니다.

단, 단판(합판이 아닌 통판) 블레이드의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단판 블레이드는 가격이 성능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주로 펜홀더 드라이브 전형용으로 만들어지는 단판 블레이드는 가격이 높을수록 더 고품질의 목재를 사용하게 되므로 가격이 높으면 곧 좋은 것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일 브랜드 내에서의 비교여야 합니다. 메이커가 달라지면 더 좋은 품질의 것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 이 경우도 물론 좋은 것을 구입했다고 하여 플레이가 잘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단판은 품질이 높을수록 감각이 좋기 때문에 예산이 충분하다면 고급품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단, 단판 블레이드는 제품 하나하나마다 감각이 미묘하게 다르므로 신중하게 골라서 구입하셔야 합니다.)

4. 반발력이 높은 용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까?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만약 파괴력 위주의 플레이를 즐기는 분이라면 반발력이 높은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교한 콘트롤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반발력이 높은 것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반발력과 콘트롤을 겸비하고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반발력과 콘트롤은 서로 반대되는 요소입니다.

물론 회전을 걸어서 공격하는 타법(드라이브)의 경우는 반발력이 높으면서도 안정성도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발력이 높은 용품은 비거리(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길기 때문에 설령 상대 코트에 잘 들어가는 안정성은 좋다 할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위치에 정교하게 집어넣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반발력이 높은 것은 타구 스피드가 높으므로 그 공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 간격도 짧습니다. 만약 그렇게 빠른 템포의 랠리를 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면 높은 반발력은 오히려 독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선수들이나 동호인들의 경기를 관찰해 보면 상대방의 강한 공격 때문에 실점하는 것보다도 자신이 친 공이 오버미스(엔드라인을 넘어가는 미스)되어 실점하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반발력이라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콘트롤과 안정성도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반발력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택하게 되면 타구의 위력이 너무 떨어지므로 실제로 게임을 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약간 애매한 얘기입니다만 "자신이 콘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반발력이 높은" 용품을 선택한다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겠습니다.
 

5. 탁구에 막 입문한 초보자입니다. 용품을 처음 선택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여 조합해야 하나요?

초보자의 경우 아직 스윙 폼이나 힘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지나치게 잘 튀는 용품을 선택하게 되면 자신의 힘으로 공을 치는 것을 익히지 못하고 용품의 파워에 의존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반발력이 높은 용품은 파워 있는 공격을 하는 데에는 유리하나 탁구는 파워 있는 공격만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사용하는 데에 반발력 높은 용품은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발력이 너무 낮으면 오히려 정확한 폼을 익히는 데에 지장을 줄 수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용품을 처음 선택할 때는 모든 것을 "중간 정도"로 맞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5겹 합판 중에서 약간 반발력이 높은 부류의 제품에 고탄성 러버를 붙이는 것입니다. ("고탄성 러버"의 의미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B201 러버의 종류와 성질에 대한 기본지식 모음

또, 용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이런 기준도 있습니다.

(1) 딱딱한 블레이드 + 부드러운 러버 또는 반발력이 낮은 러버 (흔히 "연질"이라고들 부르는 것은 부드러운 러버가 아니므로 주의!!!)

(2) 부드러운 블레이드 + 딱딱한 러버 혹은 반발력이 높은 러버

실제로는 딱딱한 블레이드와 딱딱한 러버의 조합도 많이 사용되고, 부드러운 블레이드와 부드러운 러버의 조합도 많이 사용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이런 식의 두 가지 방법이 매우 무난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보자의 경우는 이 두 가지 선택 기준보다도 파워를 약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파워가 낮으면 비거리(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짧으므로 오버미스될 확률이 낮아지므로 초보자가 안심하고 과감하게 타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힘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사용함으로써 보충하고, 그렇게 하여 몸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 갈 수 있게 됩니다.

6. 새로운 용품으로 교체할 경우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탁구 용품을 사용하다가 다른 용품으로 교체할 경우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러버를 바꿀 때마다 전혀 다른 새로운 러버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2~3번 교체하면서 사용해 보기 전에는 하나의 러버에 제대로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종류의 러버를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특성을 몸으로 익히고 각종 요령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러버로 교체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감각에 처음부터 다시 적응해 가야 한다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는 남들이 "좋다"고 한다 하여 무턱대고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탁구 용품에 무조건 좋은 것은 없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최악의 용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 용품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들이 좋다고 할 때는 "왜 좋은가"를 잘 파악하고 그 좋은 이유가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나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세번째는 블레이드와 러버를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블레이드와 러버 중 하나만 바꾸지 않고 한꺼번에 다 바꾸어 버리게 되면 양쪽의 감각에 처음부터 새로 적응해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전에 쓰던 용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잘 파악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블레이드면 블레이드, 러버면 러버만 선택하여 그것만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블레이드를 그대로 두고 러버만 바꾸면 새로운 러버가 이전 러버에 비하여 사용하기에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지금 블레이드로 사용할 때)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이것이 좋게 느껴진다면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무언가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그 다음 번 용품을 선택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네번째는 용품 교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용품의 특성을 완전히 파악하고 나서 그것이 자신이 플레이하는 스타일과 무엇이 맞지 않는지,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찾아내서 그것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용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보다 조금 더 콘트롤이 좋았으면 좋겠다든지, 지금보다 비거리가 약간 짧았으면 좋겠다든지, 지금보다 공이 좀더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든지, 혹은 반대로 공이 더 오래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많은 정보를 참고하여 교체할 용품을 골라야 합니다.

다섯번째는 "***는 ***에 어울린다"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게시판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무슨 블레이드에는 무슨 러버가 어울립니까?"와 같은 질문이 많습니다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각 개인의 플레이스타일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최고의 조합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의 조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탁구의 플레이스타일과 개인의 감각은 무한한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 가지 보편타당한 성질들은 나올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결코 좋다 나쁘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대략적인 "특성"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좋을지 나쁠지는 사람에 따라서 모두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울리는 용품을 찾는 질문에는 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어울리는 용품이라는 것 역시 그 사람이 "이전에 무엇을 쓰고 있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답이 천차만별로 달라 집니다.